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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의사 보청기 판매 “반대” 장애계 빗속 투쟁
  •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자 :20-06-25 09:25
  • 조회수 :63
  • 이메일 :ycsupport@hanmail.net
보건복지부가 오는 7월부터 이비인후과 의사에게 보청기 판매 자격을 허용한 가운데, 청각장애인 관련 단체가 24일 “소통권 침해”라면서 반대를 외쳤다.

청각장애인과 소통조차 제대로 안 되는 이비인후과 의사를 믿을 수 없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 진정과 더불어, 15개 단체가 모인 공대위가 청와대에 보건복지부의 개정안을 철회해달라고 외친 것.

보청기는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을 돕는 보조기기로, 청각장애 판정을 받으면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보청기 구입 시 최대 131만원까지 지원을 받을 수 있다. 2018년 12월 기준 청각장애인 수는 34만2582명이며, 2018년 보청기를 지급 받은 건수는 6만5257건이다.

복지부는 보청기 보험급여 부정수급을 방지하는 목적으로 장애인보조기기 급여품목 중 보청기 판매업소의 국민건강보험공단 등록을 위한 인력 및 시설‧장비 기준 및 의무사항 신설 등이 담긴 ‘장애인보조기기 보험급여 기준 등 세부사항’ 고시 일부 개정안 행정예고를 지난 3일부터 14일까지 진행했다.

현재는 의료기기 판매업 신고만 하면 누구든지 보청기 판매가 가능하다.

복지부는 보청기 판매업소 등록을 위한 인력 기준으로, ▲보청기 적합관리 관련 교육을 540시간(이론교육은 최소 300시간, 실습교육 및 현장실습은 최소 240시간) 이상 이수한 자 또는 이비인후과 전문의 1명 이상 ▲보청기 적합관리 관련 교육을 120시간 이상 이수한 보청기 적합관리 1년 이상의 경력자 1명 이상 등으로 정했다.

문제가 되는 내용은 ‘이비인후과 전문의 1인 이상’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행 규정상 청각장애인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보청기 지원금을 받기 위해서는 지정병원 전문의의 처방전과 검수확인서 등이 필요하다. 최초 청각장애 진단검사까지 고려하면 기본적으로 총 5차례(장애진단검사: 총 3회, 처방전 발급, 검수확인서 발급)에 걸쳐 이비인후과에 방문해야 한다.

하지만 청각장애인들은 병원에서 장애진단 및 처방전 발급 시 필담, 수어 등 의사소통 지원이 전혀 없어 답답함을 느끼고 있는 현실에서, 보청기 판매까지 주어진다면 소통권 침해는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정보에 취약한 청각장애인들은 의사의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선택권 침해 또한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24일 오전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등 4개 단체는 이비인후과 병원에서 겪었던 차별사례를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다.

진정에 참여한 청각장애인은 총 3명이며, 이들은 주로 장애진단이나 처방전 발급 시 필담 등을 편의 제공을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당했다.

특히 보청기를 착용하며, 수어와 구어를 함께 사용하는 황 모 씨(여, 40대)의 경우 올해 청각장애 재진단을 받기 위해 경기지역 이비인후과를 찾았는데, 의사소통이 잘되지 않아 필담을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당했다.

황 씨는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들을 투명인간 취급한다는 생각에 울컥 눈물이 났다’면서 ‘수어가 가능한 이비인후과 의사가 없고, 심지어 청각장애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의사가 많지 않다. 일방적 진료에 위압감까지 느끼는데, 보청기 판매까지 허용한다면 청각장애인의 차별을 심화시킨다’고 지적했다.

원심회 활동가인 청각장애인 이대천 씨도 “보청기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들은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와 소통이 안 돼서 불편하다. 보청기는 의사가 골라주는 대로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다. 청각장애인의 신체 일부이며 소통의 도구”라면서 “청각장애인들을 불편하게 하면서 보청기를 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서 고시를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의사의 보청기 판매 허용 개정안 철회와 함께, ▲이비인후과 전공의에 대한 청각장애인 특성에 대한 교과목 포함 ▲청각장애 진단 등 내방 예약 시 소통지원 여부(수어, 필담, 그림 등) 체크, 지원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오후에는 대구장애인부모회, 경신청각언어연구소, 한국농교육연대,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등 15개 단체가 ‘보청기 급여 행정예고 철회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꾸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개정안 철회를 압박했다.

공대위는 정보에 취약한 청각장애인들이 의사의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보청기 시장의 건전성 훼손, 고시 개정으로 인한 청각장애인 소비자 자부담 가중, 소통권 침해 등을 우려했다.

이들은 휠체어와 같은 보장구, 안경의 판매도 의사가 하지 않는데, 왜 보청기는 의사가 판매까지 하냐면서, “행정편의주의식 발상”, “소비자를 우롱하는 처사”라면서 국민신문고, 국회 방문 등을 통해 반대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이에 더해 “사람이 먼저다”를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보청기 소비자 중심의 행정을 다시금 촉구하게 된 것.

청각장애인 부모인 한국농교육연대 김용선 이사는 “개정안이 보청기 사용자에겐 좋은 정책이라고 주구장창 말씀하시는데, 어느 부분에서 좋은지 모르겠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반영했는지 묻고 싶다”면서 “복지부에 의사에게 보청기 판매를 허용하면서 의사면허증이야말로 국가에서 인정한 유일한 국가자격증이라고 한다. 의사가 처방전, 검사, 판매, 검수까지 직접 진행할 수 있겠냐. 병원에 갈 때마다 제대로 된 소통을 못 해 답답한 청각장애인들이 많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번 정책은 가진 자를 더욱 살찌우고 못 가진 자를 더욱 피폐하게 만드는 악법”이라면서 “보청기 정책은 소비자 중심으로 가야 한다. 행정예고안은 반드시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청각학교수협의회 진인기 교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는 현재 난청을 진단하고, 보청기의 초기적합 검수 인력으로 지정돼 있다. 만약 판매인력으로 등록된다면 본인이 판매하고, 보청기를 검수해 급여 여부를 결정한다. 축구경기에서 심판이 선수로 뛰는 꼴"이라면서 "부정수급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절차가 완전히 사라져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일 수 없다. 전문의, 청각학 전공자, 판매업자의 전문성을 존중하며 협업할 수 있는 개정안을 고민해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들 공대위는 청와대에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으며, 오는 25일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개정안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이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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